편지
전화가 안방으로 들어 온 그 날부터 우리에게 편지란 것은 별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인터넷을 이용한 이-메일이 아주 작은 나눔의 공간마저 쓸어가 버렸습니다.
이제 이렇게 도토리 떨어지고 다람쥐 노니는 가을 왔지만
누군가에게 손으로 적은 편지를 보낸다는 것은 어리석어 보이고, 시대에 맞지 않게 느끼게 됩니다.
오늘 저는 손으로 적은 두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하나는 한국에 있는 이에게서 온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곳에 여행 왔던 어느 이에게서 받은 것입니다.
두 분에게 저는 어떤 것도 해드린 것이 없고
단지 한국에 사는 이와는 오랫동안 글을 나누고 있을 뿐이며,
다른 주에서 잠시 들렀던 이와는 두세 번의 만남이 전부이었습니다.
짧지 않은 세상을 살면서 여러 선물을 주기도 했고, 받아 보기도 했습니다.
그것들이 그 당시에는 꽤 좋아보이고 값 있게 느끼기도 했지만,
세월이 흐르며 그것들은 나의 기억에서 그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갈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저에게 글을 주신 두 분의 마음은, 제가 그들에게 드린 영혼의 선물은,
그들이 사는 날 동안 그들의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월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이란 느낌이 듭니다.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얼마가 될 지 모르는 인생 소풍 길 걸어가며,
낙엽 물들기 시작하는 이 가을 맞이하며,
그대는 누군가에게 영혼을 살리는 글을 보내신 적이 있는지요,
받아 보신 기억은 있는지요.
이 가을 다 익어가기 전에,
두 장 남은 올해의 달력 다 뜯어지기 전에…
그대에게도,
그대를 아는 그 누구에게도,
그런 축복의 선물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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