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기억 .. 운동화.
아주 오래 된 기억이 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국민학교 4학년쯤이지요
그 이전에는 운동화라고 하면 지금의 실내화 수준이었습니다
그것도 2학년인가 되어 처음으로 신게 되었지요
운동화가 선물로 주어졌다 해서 평상시에 신지는 않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아니면 교실내에서만 신었습니다
평시에는 늘 그랫듯이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녔고 ..
그러던 어느 날. '스파이크'라고 이름불리던 운동화를 사 주시었지요
검정색인지. 하얀색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바닥에 고무주름이 일자로 잡혀있는 것이었습니다
운동화를 새로 신은지 몇날 되지 않던 추운 겨울날이었지요.
무슨 일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단체기합을 받게 되었습니다
바람이 차고 땅이 꽁꽁 얼어 붙은 운동장에 나가
한시간은 족히 무릎을 꿇고 잘못을 반성하는 것이었지요
그렇게 선생님의 명령이 떨어질 때 까지 꿇어앉아 있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일어서는 순간 알게 되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바닥에서 올라온 한기로 인해 신발이 얼면서
가로로 줄이 가있는 고무바닥이 모습 그대로 끊어져
운동화 바닥이 두 조각으로 갈라진 것이지요
그때. 찾아온 당황스러움. 서글픔. 눈물. 답답함은
40 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가끔 떠오를 정도이지요
특히나 신발을 새로 사거나. 신고 있던 신발이 헤어져 버릴 때면 ..
보통의 신발이나 구두는 한번 사면 족히 몇년을 신어도 헤어지지 않습니다
원래 걷는 거리가 적은 미국의 현실이기도 하지만
발을 질질 끌거나 하는 걸음걸이 아니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운동화는 두 달을 신으면 잘 신는 것입니다
워낙 운동량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들 비해 많이 뛰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십 만원 가까이 하는 운동화를 사도 두 달 못 신고 바닥이 헤어집니다
그래서 유행이 조금 지나 싸게 파는 신발을 유심히 보았다 사지요
어차피 어떤 신발 사더라도 비슷한 시간 지나면 버려야 하니까요
겉은 멀쩡한데 바닥에 구멍이 나고 헤어져 신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내일. 주일은 일년에 두차례 있는 야외예배 날입니다
가까운 공원에 전교인이 모여 고기도 구어 먹고. 어울려 운동도 합니다
특히 지난 번 부터는 함께 교회당을 사용하고 있는 '히스패닉 교회'와 함께 하지요
같이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마친 후. 그들이 무척 좋아하는 축구를 했습니다
평생. 축구화를 사 본 기억이 없는
- 어릴 때는 가난했기에. 나이가 들어서는 축구 이외 다른 운동을 하느라고 -
그래서 축구화를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날도 평상시 자주 신고 다니는. 바닥이 많이 달아 운동할 때는 어렵지만
평시에 버리기는 아까와 신고 다니는 운동화로 축구를 했는데
잔디위에서 하는 것이라 어찌나 미끄럽고
축구화를 준비해 온 그들에게 예의에 어긋나 보여 많이 미안했던 기억이 있지요
하지만. 같이 운동 - 그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마치고 난 뒤
다소 서먹했던 그들과 - 민족. 사상이 다르지만. 복음으로 하나 되 가는
- 아주 친해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야외예배를 앞두고 비싸지 않은 축구화를
태어나 처음으로 하나 사게 되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한인교회는 자체 교회당이 없지요
우리교회 역시 오랫동안 다른 교회
- 주로 미국교회 또는 히스페닉교회를 빌려 예배를 드렸지요
그러다. 몇 년전 자체교회당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히스페닉 목사님이 신앙생활의 깊은 회의에 젖어 있던 시점
우리교회의 히스페닉 장로로 부터 복음을 전해 듣게 되고
당신의 교회에서 복음을 증거하기 시작하자 많은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평시에 듣던 설교와 다른 메시지로 인해 교인들이 당황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속한 교단에 까지 보고되는 상황으로 되었습니다
주로 이곳의 히스패닉교회는 은사운동에 집중한 신앙생활을 하지요
결국 교단에서 목사님에게 복음메시지를 하지 못하도록 강요하였고
복음만이 바른 설교라는 확신을 갖게 된 목사님은
정든교회당과 복음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교인들을 두고
복음을 듣기 원하는 교인들과 함께 우리 교회당을 빌려 예배를 드리게 되었지요
한인교회가 다른 민족의 교회당을 빌려 사용하는 경우는 많아도
그 반대의 이런 일은 아주 드문 일이지요
얼마가 지난 후. 그 교단의 총회장을 비롯한 목회자들과 연결되어
그들에게도 복음을 증거하게 되는 역사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매주 주일 우리예배가 끝나는 오후 시간 그들이 예배를 드립니다
언어도 다르고 서로의 예배시간 다르기에 깊은 교제 나누기 어렵지만
이렇게 일 년에 두 차례 있는 야외예배는 그들과 가까워지기 좋은 기회이지요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축구라는 운동을 통해 친해 질 수 있다는 것 알았기에
일 년에 두 번 신기 위한 축구화를 사게 된 것입니다
이럴때면 그날의 조각 난 운동화 생각이 떠오릅니다
아주 어렵게 장만했던 아까운 운동화를 몇 번 신지도 못하고 버려야 했지만
마음이 아파 몇 날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갖고 다니던 ..
지금은 모든 것이 흔하게 되어 귀함을 수시로 잊어 버릴 때 많기에
교만하지 않도록. 과거가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나도 모르게 뻣뻣했던 목을 접고. 허리를 굽히는 연습을 하지요
운동화를 하나 새로 장만할 때 만이라도
앞으로 사는 날동안 몇번의 야외예배를 더 드릴 수 있을지
이번에 장만한 축구화를 신고 그들과 마음을 여는 운동을 같이 할 수 있을지
아직도 복음을 듣지 못한 40여개 되는 남미를 얼마나 방문할 수 있을지
내일 축구를 하며 그들과 교감을 하며 기도하려 합니다
더 많은 히스패닉 교회. 교인들에게 복음이 전달되어지는
야외예배. 축구시간이 되어지기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