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의 아내 리브가 - 노을 빛 가운데로 걸어오다
- 성경을 통해 보는 복음 (스물다섯 번째)
말 그대로 척박한 땅, 네게브에서 사랑하는 어머니 사라마저 하나님 나라로 떠나보낸 채, 못내 쓸쓸해 하는 아들 이삭을 위해, 아브라함은 마침내 그의 신실한 종을 불러 아들의 영원한 반려자가 될, 한 여인을 찾아오라고 명합니다.
믿음의 상속자요, 언약의 후계자로서, 너무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 아들이삭의 결혼만큼은, 순간의 감정이나 기분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더욱이 이방여인을 아내로 맞이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사실은, 아브라함은 물론, 당사자인 그의 아들이삭, 그리고 주인 아브라함과 동행하신 하나님의 증거를 내내 지켜보아온 그 집안의 모든 종들이 알고 있었던 터입니다.
그래서 신붓감을 찾아 떠나는 늙은 종과 아브라함 간에 드려진 의식은, 사뭇 진지하다 못해 비장함 까지 느껴집니다.
주인의 허리 깊숙한 곳, 환도 뼈에 손을 넣은 종을 향해 아브라함은 맹세하게 합니다.
“나는 네가, 하늘의 하나님, 땅의 하나님이신 주를 두고서 맹세하기를 바란다. 너는 나의 아들의 아내가 될 여인을,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가나안 사람의 딸들에게서 찾지 말고 나의 고향, 나의 친척이 사는 곳으로 가서 거기에서 나의 아들이삭의 아내 될 사람을 찾겠다고 나에게 맹세하여라.”( 창세기 24:3~4 표준 새 번역)
이 명령을 마음에 담은 신실한 종은 주인의 약대 중 열 마리를 취하여 온갖 좋은 귀중품을 싣고 주인의 혈육이 거주하는 땅, 가나안 북방 하란을 향하여 길을 떠납니다.
먼 길을 걸어 해도 기울고 약대들도 목마를 즈음, 나홀 성에 도착하자 그는 우물가에서 약대들을 쉬게 합니다.
이 때, 한 무리의 여인들이 물을 길러 다가오자 이 진실한 종은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주님, 나의 주인 아브라함을 보살펴 주신 여호와 하나님, 오늘 일이 순조롭게 되기를 원합니다. 나의 주인 아브라함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옵소서.”
“그리고 여호와 하나님, 제가 여기 우물곁에 서 있다가 마을 여인들 중 한 여인에게 물동이를 기울여 나로 물을 마시우게 하라 하겠습니다. 그 때에 그 소녀가 ‘드십시오.’ 흔쾌히 대답하고 나서 ‘약대들에게도 물을 길어 주겠습니다.’라고 답하면 이로써 그 여인이 바로 주께서 주의 종 이삭의 아내로 정하신 여인인 줄 알겠습니다. 주께서 저의 주인 아브라함에게 은총을 베푸신 줄로 알겠습니다.”(창세기24장 12~14)
이 기도를 다 마치기도 전에 빛나도록 아름답고 순결한 여인이 물동이를 어깨에 메고 우물가로 다가왔습니다.
우물에서 물을 가득 길어 올라오는 그녀에게 먼 길을 걸어 온 나그네가 부탁합니다.
“이 물동이에 든 물을 좀 마시게 해주시오.”
급히 물동이를 내려놓은 그녀가 말합니다.
“아 물론입니다. 어서 드세요, 제가 물을 더 길어다가 약대들에게도 실컷 마시게 하겠습니다.”
노래하듯 화사하게 대답한 이 아리따운 여인은 어마어마하게 물을 마셔대는 약대들을 위해 쉴 새 없이 동동걸음 치며 우물과 구유를 재빠르게 오갑니다.
이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신실한 종은 기도로 하나님께 묻습니다.
“하나님, 이 일이 정녕 응답입니까? 이 여정을 하나님께서 형통하게 하시는 것인가요?”
(The man watched, silent. Was this God' answer? Had God made his trip a success or not? Gen 24:21 The Message)
약대들에게 물 먹이는 것을 마친 그 여인에게 다시 요청해 봅니다.
“그대는 뉘 댁의 따님입니까... 오늘 하룻밤 묵어 갈 수 있는 방이 있겠소?”
그러자 곧바로 시원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저는 할머니 밀가와 할아버지 나홀의 태생인 브두엘의 딸입니다. 저희 집엔 겨와 여물도 넉넉하고 머무르실 방도 있습니다.”
이쯤 되니 아브라함의 종은 머리 숙여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나의 주인 아브라함을 보살펴 주신 하나님, 주님을 찬양합니다. 나의 주인에게 인자와 성실을 끊지 않으셨으며, 주께서 저의 길을 잘 인도하여 주셔서 나의 주인의 동생 집에 무사히 이르게 하셨습니다.”(창세기 24:27 표준 새 번역)
드디어 순적하게 혼사는 이루어지고..., 아브라함의 순전한 종은 아름다운 여인 리브가를 데리고 주인의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즈음 이삭은, 광야 계곡 저 너머로 붉은 햇살 뿜어내는 저녁 태양을 바라보며 바윗돌에 앉아 기도하였습니다.
아버지 아브라함의 인생 여정 가운데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이끌어내시어, 항상 임마누엘의 축복으로 함께 하셨던 하나님,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신 하나님, 실수와 실패를 오히려 축복으로 바꾸신 하나님, 무에서 유를 창조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은 가나안 온 땅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열두 살 어린 나이에 이미 체험한 어린 양의 비밀, 메시아가 약속한 보혈의 메시지는 그를 원수의 손에서 자유케 하고, 여호와 이레 하나님, 모든 것을 앞서 준비하시는 하나님은, 가장 좋은 것으로 자신의 청춘을 새롭게 하시리라 확신합니다.
이삭의 기도는 그래서 미래에 대한 기대와 감사, 찬송으로 가득합니다.
바로 그 때, 기도를 마치고 올려다 본 이삭의 눈에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일련의 약대 행렬이 들어왔습니다.
진실한 늙은 종, 그의 옆에 한 아리따운 여인이 베일을 드리우고 걸어옵니다.
하나님이 예비하신 바로 그 여인- 리브가, 그녀가 노을빛을 가르고 구름처럼 다가와 이삭 앞에 섰습니다.
가슴 뛰게 하는 이삭의 아름다운 결혼 이야기는 한 편의 서사시처럼 성경에 이렇듯 상세히 기록되어있습니다.
영화 같은 이 이야기의 주역배우들은 이렇습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서 메시아, 그리스도 예수의 복음이 천 대까지 계승되어야 함을 굳게 믿고, 주께서 탄생할 약속의 땅 가나안을 절대로 떠나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엄히 준행하였던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나이 사십이 되도록 조급하지도 염려하지도 아니하고, 하나님의 때를 묵묵히 기다리며 기도한 그 응답으로 만남의 축복을 누렸던 언약의 후계자 이삭,
나이 많도록 주인 아브라함 곁을 떠나지 않고, 곡절 많은 인생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약속을 결단코 놓치지 않는 주인의 믿음을 마음으로 몸으로 체험하여 본받은 진실하고 충성스런 기도의 사람, 늙은 종,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언약을 따라 가는 길이라면 밍기적거리거나 인정에 매이지 않는 칼날 같은 결단력, 그 이면에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따뜻함과 부지런함을 동시에 겸비한 리브가, 아름답기까지 한 그녀가 바로..., 이삭의 사랑하는 아내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