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을 넘기고...
이 여름엔 매미에게서 배워라
언제나 그 자리에
2005. 8. 9. 08:46
살아있음으로 즐거워하는 것은
사는 것의 가치를 알았기 때문이다.
세상이 찌는 더위로 목말라 해도
매미들은 오히려 시원스레 노래한다.
푸른 가지, 은총의 그늘 아래 터를 세우고
길고 가는 관으로 수액을 빨아 올려
이슬로 샘터를 만들어낸다.
꽃무지 파리 개미 장수말벌 집게벌레 하늘소 ...,
다 어서 오라 목마르거든 어서
마셔라
이삭의 우물이 마르지 않았듯이
매미들의 샘물은 흘러 넘치리
하루를 사는 것이 굵고 짧아도
날개를 달았음으로 행복하여라
일곱 해 굼벵이로 땅 속에서 살았지만
오늘의 날개를 소망함으로
야곱이 라헬을 연애함 같이
일 년을 하루처럼 살아냈다
묵은 껍데기 벗어 던지고
빛 가운데 가슴을 드러내 놓으면
일시에 묵은 허물 빈 허물 되어
징그러운 굼벵이가 날개를 단다
빛 아래 사는 기쁨 알았으므로
사는 동안 매미들은 노래 부르리
열나흘 짧은 생애 끝나는 그날 까지
세상 저 편 미지의 그 땅 까지
매미들의 합창은 울려 퍼지리
살아있음 만으로 행복할 수
없는가
빈 껍데기 벗어 던질 용기가
없는가
짧은 날의 향연을 위해
긴 날의 기다림을 두려워하는가
이 여름에 매미에게서 배워라
K.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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