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이어질 편지

중국(中國)에서 보내온 편지..

언제나 그 자리에 2004. 3. 11. 04:55

 

봄날에 흐르던 눈물은…




어릴 땐 짜증 많은 오빠의 짜증과 엄마의 싱갱이질이 싫어서 외삼촌네 집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거기엔 다툼이 없다해서 말입니다.

밤이면 밤마다 등잔불에 비취는 내 그림자와 무서운 꿈이 두려워 햇빛 찬란한 대낮만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겨우 아침햇살을 맞으면 언니 오빠는 책가방 메고 학교로 갔고 엄마 아버지는 출근 갑니다.

휑뎅그레한 집엔 '그림 이야기'와 '인형아기'와 작은 나만 남아있습니다.



요행 기다려온 아지랑이 아물대는 따스한 봄입니다.

봄볕의 혜택 받으러 창문 밑에 쪼그리고 앉습니다.

뱅글뱅글 햇살이 눈망울을 간지럽혀 두 눈을 배시시 감으면 어느새 소르르 잠이 들곤 합니다.

그때마다 방금 같이 벼랑으로 이끌어 가는 꿈 요정들이 찾아와 식은땀 흘리며 소스라쳐 깨나곤 합니다.

그러면 나도 몰래 비 내리는 슬픈 날이 기다려집니다.

울고 싶어서입니다.

파란 풀 적시며 내리는 가랑비 맞으면서 나는 웬일인지 하염없이 울어야만 했습니다.


여름입니다.

털털한 작은 언니는 머슴애처럼 바지가랭이 걷어 부치고 개울가를 손더듬이 합니다.

잠간 새 팔딱팔딱 뛰는 붕어새끼를 잡아내곤 신나게 깔깔대는데 나는 심드렁해져서 다래끼만 툭툭 걷어찹니다.

그러는 나를 언니는 쿡쿡 가슴을 쥐어박아 놓곤 합니다.


가랑잎 뒹구는 을씨년스런 가을 길을 얼마나 걸었는지 모릅니다.

무릎이 시도록 걷다가 내 손이 보이지 않을 때에야 빠끔히 보이는 전등불 찾아 들어갑니다.

기러기 떼 강남으로 날아가는 가을하늘 길엔 내 헝클어진 생각과 찌들린 맘과 가냘픈 소원이 끼룩끼룩 줄지어 날아가곤 합니다.

 


풋눈이 살며시 내립니다.

길과 들과 산을 단장하면서…
난 뽀드득 뽀드득 애꿎은 눈만 밟으면서 내 맘을 뭉개 놓기도 합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집니다.

그때면 푹푹 무릎 치는 큰 눈에 한껏 뒹굴어도 봅니다.

지은 죄, 자책감, 불안이 흰눈에 지워질까 의심하면서입니다.


노오란 봄,

파아란 여름,

시원하고 탁 트인 가을하늘,

하얀 겨울,

자연은 그토록 사람의 마음을 매료시켰건만 난 그 혜택을 조금도 입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 생각은 어쩐지 답답토록 차곡차곡 쪼개졌고 여유 없었습니다.
내 마음은 언제부터였는지 꽁꽁 언 채로 녹을 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스물 아홉 번을 봄맞이하는 동안 몸도 만신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헛된 기대가 생겼는가 봅니다.

해와 달과 둥근 지구가 딱 한번만 멈춰 봤으면…

어쩌면 유치하고 터무니없는 미친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가냘픈 속 바램이 저를 서른 살의 연장선으로 이어가던 날 누군가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하얗게 성애 낀 마음의 문을 노크했습니다.

서른 해를 닫고 있던 마음의 문이 살며시 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평강, 쉼, 건강, 자유, 해방 - 모든 것이 순식간에 찾아왔습니다.

분주했던 내 맘이 평온해 졌습니다.

피고름 흐르던 내 맘을 그토록 감미롭게 어루만졌습니다.



황량하고 지치른 960만㎢되는 이 땅에서 티끌보다 못한 존재인 내 맘속에 예수그리스도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반만년의 유구한 이 나라 역사 속에 '용의 후손'으로만 나 자신을 알았는데 인생 모든 문제 해결자이신 그리스도께서 찾아오셨습니다.

하나님 자녀가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예수님을 지혜 있는 웅변가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바로 하나님 만나는 길이었습니다.

그분이 내 맘속에 오셨습니다.

외로움과 슬픔은 떠나버렸습니다.


옛날에는 예수님이 탁월한 성인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바로 흑암 권세 깨트리신 그리스도였습니다.

그분이 운명과 팔자에서 나를 건지셨습니다.

사주, 팔자, 점괘가 나오질 않았습니다.


옛날에는 예수님이 의사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죄와 저주에서 건져내신 그리스도였습니다.

그분 때문에 '지은 죄 주홍 같을 지라도 흰눈같이' 되었습니다.

죄 때문에 보응이 두려워 떨던 내 맘이 평안해 졌습니다.


주님이 내 맘에 오신 후에도 사계절은 어김없이 내 인생의 시간표를 노크합니다.

사뿐사뿐 봄이 옵니다.

그때의 눈물은 오늘도 흐릅니다.

네 살난 민이가 4년을 밤마다 울었는데 한 빨 되는 뱀이 자꾸 따라온다고 했습니다. 그 애에게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기를 기도하면서 흐르는 눈물이었습니다.

주님의 음성을 들으면서 흐르는 눈물입니다.

 

"내 양을 먹이라." (요21:15)



봄 따라 바싹 여름이 시작되던 어느 날 18살 난 철수를 만났습니다.

예배드릴 적마다 빨리 끝나라고 재촉했습니다.

철수 외할머니가 물에 빠져 세상을 떴는데 철수는 술에 취한 채 외할머니께서 객사한 늪에 빠져 요행 살아난 자신을 발견합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건졌는데 이제는 하나님 말씀 듣겠다며 헐레벌떡 저를 찾아왔습니다.

함께 두 손 모아 기도했습니다.

우상숭배 때문에 저주받는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길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주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내 양을 치라." (요21:16)



잇달아 가을과 겨울의 계절에 나는 리영과 지성이를 만났습니다.
리영이는 '파룬궁(法輪工)'을 하다가 귀신들린 소녀였습니다.

고중생입니다.

모든 빛이 두려워 밤 낮 없이 모자 쓰고 다니는 소녀였습니다.

숙소층계를 오르내릴 때마다 귀신이 나타나곤 한다며 소름끼쳐 했습니다.



동성연애를 한다는 지성이의 실토성에 처음엔 심장이 떨렸습니다.

두려움과 공포에 섞인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탄식했습니다.

땅이 꺼지도록 말입니다.



어른들은 동분서주 돈벌이에 뛰어 다니는데 사단은 아이들의 영혼과 맘과 육신을 '빡빡' 갉아먹습니다.

 뼈마저 긁히는 앙상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겔37장의 '애통'이 무엇인지 가늠이 갑니다.

그리스도,

오직 그리스도만이 그들의 소망이 되도록 기도합니다.

 

주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내 양을 먹이라." (요21:17)



그 날의 탄식이 저를 3억 8천만 되는 '마른 뼈'들을 가슴에 품게 했습니다.

그래서…
봄엔 생명의 씨앗을 뿌리며 소망을 심습니다.
여름엔 갓 돋아난 해순 같이 여린 생명에 눈물과 땀 송이를 쏟기도 합니다.
가을엔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는 7천 제자' 열매 집니다.
겨울엔 새봄에 뿌릴 씨앗을 선종합니다.


이렇게…
사계절을 주름잡는 그리스도의 계절에
어느덧…
렘넌트들이 쑥- 쑥- 자라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