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초점
이제 기억도 희미한 지난날 군 생활이 생각납니다
철조망 밑을 통과훈련 받을 때 높이와 거리측정이 되지 않아 군복이 찢어지는 경우가 허다했고,
건너뛰어야 할 구덩이에 번번이 빠지고는 했었습니다
그 때는 나의 운동신경이 둔하여 오는 것이란 나름의 결론을 내렸었는데,
세월이 지난 후 그것이 난시라고 하는 - 눈에 생긴 이상증상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을 보면 내가 무지했던 것인지,
그 시절이 그랬었는지..
이렇듯 눈의 초점이 어떤 사물에 정확하게 맞추어질 때 그것의 실체를 제대로 볼 수 있지만
그러하지 못할 때는 미간에 주름이 잡히기도 하고,
가끔 잘못 맞춘 초점으로 인해서 본의 아닌 실수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겠지요
그러나 살면서 느끼는 것은 육신의 초점보다 정신의 초점이 더욱 정확하여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서 분별도 해야 하고,
뱉어야 할 언어와 삼켜야 할 말에 대해 구분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만남의 축복 되는 이가 있기도 하지만 잘못된 만남으로 인해 인생에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구분하지 못할 때 일 것입니다
내 육신의 초점과 정신의 초점 그리고 마음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는가에 따라,
마치 과녁을 향해 쏜 화살이 처음에는 약간의 오차만 있는 것 같아도 목표점에 가서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것과 같겠지요
나의 젊은 시절은 늘 다른 이에 대한 초점에는 민감하여 상대의 실수를 잘 지적해내고
판단, 정죄 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였지만,
나를 보는 눈은 언제나 관대하여(?) 늘 초점이 잘 못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고 오랫동안 살아 왔습니다
이제 삶의 불혹을 넘기어 육신의 눈도 희미해져 글을 조금만 보면 이내 눈이 피곤해지고 머리가 아파 옴을 느낍니다
그러나 감사함은 육신의 초점은 흐릿해져 가도 정신의 초점은 제대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을 느끼기에 위안을 갖습니다
언젠가 인생 소풍 길 다 마치고 그 동안 갖고 있던 모든 것들을 다 두고 가야만 할 시점이 되었을 때,
만약 잘못된 초점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어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슬프고 황당할 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오늘도 초점 흐려져 가는 육신의 눈이지만, 인생 길 인도하는 글을 읽을 수 있는 축복 안에 있음이 감사한
휴스턴에서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