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름..
거실 창을 통해 보이는 뒷 뜰이 참 푸르네요
오래된 나무들.
오가는 다람쥐들.
이름 모른 새들.
요즘 딱따구리인가.
가끔 처마에 와서 쪼는 소리가 들려요
빗물이 내려가는 홈통을 쪼아대는데
구멍을 내겠다는 것은 아니고
아마 자신의 영역을 확인하고 알리려는 뜻인듯
대화를 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우리들은 나름으로 그렇게 자신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들에
시간과 돈과 힘을 투자하지요
그것이 영원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단편적이고. 일시적이며. 쾌락적이고. 순간적이며 자기 만족일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인생길 오십을 바라보며 지난 날을 생각해볼 때
주로 그런 것들에 사십년을 살아왔음을 느끼지요
순간 소름도 돋고. 억울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지요
물론 그런 것들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고
그것을 바라보며 상처로 남는 것이 아닌. 발판이 되지요
그것을 상처로. 아픔으로. 잊어 버리고 싶은 것으로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참으로 감사하다 하는 생각을 하지요
그것은 상대적인 감사가 아닌. 절대적인 감사이기에. 이기적이지 않다 생각하지요
오늘 아침 거실에 앉아 창 밖을 보며 글을 적다 그런 기도를 했어요
"참 감사하네요
얼마가 남았을지 모를 인생 소풍길
이렇게 인도하심이.
점차 나이가 들고.
모든 것이 약해지고 부족해 질수는 있겠지만
내 영혼에 찾아 온 이 귀한 선물은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풍요로워 질 것을 알기에. 느끼기에
그래서 참 감사하네요..
이 작은 공간을 통해서도
부족한 글을 통해서도
스쳐갈 수도 있는 만남을 통해서도
특별히 내세울 것도
그렇게 많이 가진 것도
자랑할만한 이력도 없는데
만남을 허락하신 이들에게서 늘 감사하다는 말을. 글을 받음에
그들에게 나누어 줄 영혼의 양식이 있게 하심에
그들과 나눌 것을 생각할 때 내가 더 기쁘고 풍요로움에
그래서 참 감사하네요.."
푸르름이 절정을 향해 가고 있는 이 여름의 한 날에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