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할 때 강함 ..

흔모 - 欣慕

언제나 그 자리에 2015. 4. 9. 21:09

 

 

1980년 1월 21일 - 30년이 훨씬 넘은 그 날

특별한 사명도 확신도 없이 이른 아침 열차에 올랐습니다

 

배웅하는 많은 이들 뒤로 하고 완행열차는 아주 천천히 남으로 내려갔지요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겨울 땅거미가 내려앉는 시간 열차는 종착역에 섰습니다

 

 

환영(?) 나온 수 많은 인파를 차창으로 바라보며 순간 감격하기도 했지요

그리고 플랫폼을 빠져나오며 생각이 다른 기다림이란 것 알았습니다

 

이제 걸음마를 막 끝냇을 듯 싶은 어린아이들이 줄지어 손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열차에서 나누어 준 건빵 - 전투식량을 얻기 위한 고사리 손임을 알았지요

 

 

지금이야 먹을 것 흔하기에 가끔 재미삼아 몇 개 집어먹을 건빵이지만

그때에는 훈련소를 향하는 우리에게는 하루 식량(전투식량)이었고

그것을 얻기위해 손을 내미는 그들에게는 저녁 한끼를 대신할 식사이었을 것입니다

 

 

 

몇 개월전. 초중고를 지나며 유일한 불사조 같았던 대통령이 피살된 사건이 있었고

몇 개월 뒤. 광주사태라 불리는 현장에 투입되어야 하는 푸른제복을 입었던 그 시절

 

기억의 창고속 먼지를 얹고 있던 그날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른 것은

아침 인터넷뉴스를 통해 하나의 그림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IS가 장악하려는 시리아 내 난민촌' 이란 기사와 함께

영화에서나 보았을 잿더미 건물 사이로 수 백명 넘는 난민들이

구호식량 얻으려 끝없는 줄을 서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자세히 볼 수 없지만 30 여년 전.

열차역에서 추운 겨울밤을 기다리던 아이들과 오버랩 되며

기억속 그림과 함께 요즘 묵상하던 단어가 연결되었습니다

 

 

 

 

'흔모 - 欣慕 : 기쁜 마음으로 공경하며 그리워하고 애틋하게 사모함'

사전에서 풀어놓은 '흔모' 에 대한 정의입니다

 

같은 사물. 사건. 장소. 사람이라도

자신이 경험한 어떤 것에 따라서 추억이 될 수도 상처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처럼 하나의 단어가 주는 느낌도 그가 갖고 있는 마음의 상태와 철학에 따라

다른 이가 생각하지 못하는 깊음도 되고 넓음도 될 것입니다

 

 

'흔모 - 欣慕 : 기쁜 마음으로 공경하며 그리워하고 애틋하게 사모함'

 

이 단어가 주는 느낌은 위에 나눈 내용처럼 회색빛 시대를 살았던 나에게는

늘 고민하고 갈망하며 기대하고 기다리고 싶은 단어이었습니다

 

그 어느 날.

그 단어의 주인 되신 분을 만나기 전 까지는

글자속에 있는. 생각속에 있는. 막연한 그림속에 있는

상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지요

 

그리고 그날 이후.

새로운 기대와 기다림의 '흔모'가 시작되었습니다

막연히 이땅 떠난 그 어느 날의 기다림만이 아닌

오늘이 그날이 될까 하는 기대와 기다림입니다

 

 

 

믿는 이들의 영원한 멘토인 '바울'은 그날을 늘 기대하는 여정을 하였지요

그에게는 박해와 멸시. 이단으로의 정죄와 따돌림은 상관없었습니다

 

무시와 외면이 아닌 관심 밖의 일이고 관심 둘 여유가 없었지요

더욱 크고 비밀한 약속을 갖고 있었고

그것을 사모하고 기대하는 기다림이 스물 네시간

그의 생각. 마음 그리고 영혼에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흔모 - 欣慕 : 기쁜 마음으로 공경하며 그리워하고 애틋하게 사모함

그는 아마 이 마음을 품고 죄수라는 가면을 쓰며 로마로 향했을 것입니다

 

그것은 요셉도 그랬고. 모세도 그랬으며 사무엘도 다윗도 마찬가지이었습니다

약속하신 그날. 그때를 흔모하며 걷는 인생여정은

다른 이들 보기에는 고생길인 것 같지만 감사와 기쁨이 가득한 소풍길이었지요

 

 

얼마가 남았을지 모를 남은 인생길

한끼를 해결하기 위한 끝없는 난민의 모습이 아닌

그날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흔모 - 欣慕'의 여정 되시기를 ..

 

 

 

"그 날 밤에 주께서 바울 곁에 서서 이르시되

담대하라 네가 예루살렘에서 나의 일을 증거한 것같이

로마에서도 증거하여야 하리라 하시니라

날이 새매 유대인들이 당을 지어 맹세하되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먹지도 아니하고 마시지도 아니하겠다 하고

이같이 동맹한 자가 사십여 명이더라

 

 

But on the night immediately following,

the Lord stood at his side and said,

" Take courage; for as you have solemnly witnessed to My cause at Jerusalem, so you must witness at Rome also."

When it was day, the Jews formed a conspiracy

and bound themselves under an oath,

saying that they would neither eat nor drink until they had killed Paul.

There were more than forty who formed this plot. " - 사도행전 23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