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4 월의 편지

언제나 그 자리에 2007. 4. 7. 09:48

 

오늘 밤부터 기온이 내려가 새벽에는 영하의 온도에 근접한다 하지요

 

사월이 시작된지 벌써 언제인데 이렇듯 자연의 변화는 우리를 당황하게도 하지만

 

인간의 작은 지식과 과학. 교만을 겸손으로 바꾸는 귀한 역할을 하지요

 

 

 

오늘 오후에는 어떤 젊은이를 만났지요

 

알게 된 것은 3 년이 넘어가지 않나 싶은...

 

 

어릴 때 이곳에 이민을 와서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올해 서른을 넘긴 적지 않은 나이를 갖고 있지요

 

 

그 친구는 흔히 말하는 자폐증세를 갖고 있지요

 

아주 심한 것은 아니지만. 말을 더듬고 있고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들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은..

 

 

어느 날 그 친구가 저를 찾아왔었어요

 

어느 흑인 선교사가 소개를 했다 하면서.

 

그 날 이후로 차가 없는 그는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면서

 

때로는 장대비를 맞으며. 땀을 비오듯 쏟으며 저를 만나러 오지요

 

 

처음 내가 그를 본 모습은 이랬어요

 

분노. 증오. 미움.. 이런 것들로 가득해서

 

금방 어떤 사고라도 칠 것 같은 그런 얼굴이었어요

 

 

말을 잘 못하고. 사고력이 떨어지기에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입었을 것이고

 

심지어는 엄마. 동생에게까지 그런 대접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한

 

잘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투로 그러한  이야기를 한동안 저에게 했지요

 

 

그리고. 한 주에 한번 또는 격주에 한번씩 만나면서 그는 변해갔지요

 

어느 날부터인지.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나기 시작했고

 

요즈음은 제가 바쁘다는 핑계에도 자신이 일부러 약속을 만들어서 만나려 하지요

 

 

제가 그를 만나면서 느낀 여러가지 중에 하나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그를 만나면 그의 혀가 많이 풀린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서툴지만 바른 발음을 하는 것을 그도 느끼고 있고

 

어쩌다 몇 주 쉬게되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되 돌아가는

 

 

자폐아들의 특징이 여럿있지만

 

그는 언어에 탁월한 재능이있어요

 

그래서 영어. 스페니쉬. 중국어 등. 닥치는데로 배우려 하고 곧잘 하지요

 

영어는 한국말보다 더 잘 하고 ~

 

 

몇 달전에 전화가 왔어요. 아주 기쁜 목소리로

 

운전면허 시험 필기를 합격했다고

 

그것이 무엇 그리 대단한가 할 수도 있겠지만

 

그를 안다면 그것은 그에게 기적같은 일이지요

 

 

얼마전부터 그가 제대로 말을 알아듣기에

 

그의 혀가 풀리는 방법에 대해 계속 이야기 해주고 있지요

 

그는 정상인보다 많은 지능이 떨어지기에

 

한가지를 주입시키고. 그의 것으로 만들어주려면

 

최소한 6 개월에서 일년을 반복적으로 해주어야만 하지요

 

 

저는 믿고 있어요

 

어느 날 그가 그렇게 말하게 될 것을

 

"아저씨. 제가 이제 정상적으로 말을 할 수 있고.

 

정상적인 여자를 만나서 정상적인 가정을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

 

 

다른 이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저는 반드시 될 것이라 생각해요

 

그것이 오년이 되었던. 십년이 되었던..

 

중요한 것은 그때까지. 그가 숨지 않고. 내가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 아래에 ~

 

 

 

무엇인가 힘들고 잘 안되는 것이 있을 때

 

내가 만나고 있는 그 청년을 생각해보세요

 

비록 육신적인 장애를 갖고 있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있고. 저 역시 그를 포기하지 않고 있지요

 

 

 

만약 그대가 분명한 삶의 이유를 갖고 있다면

 

그리고 만남의 축복 속에 있다면

 

지금의 어려움과 갈등은 미래에 좋은 자랑으로 남을 것이에요

 

같은 인생길을 걸어가야만 할 그대의 후배와 아이들에게...

 

 

 

4 월의 봄 평안하시기를.

 

늘 그대를 기억하고 있는 휴스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