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두번째..

Full Moon

언제나 그 자리에 2001. 9. 26. 08:58
Full Moon

FullMoon

 

어린시절이 자주 생각나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생긴 버릇인지도모른다 

검정고무신 들고 물고기 잡는다며 옷이 다 젖는 줄 모르고텀벙대던 일, 학교 파하기 무섭게 들로 산으로헤매며 놀던 일,

지는해로 사위가 어두워질 때 어머니에게 야단 맞을 일과 장난의즐거움 사이에서 갈등 지던 일,

집뒤에 공동묘지가 있던 어린 시절 무서운 줄도 모르고 무덤사이에서 숨바꼭질하며 뛰어 놀던 일,

겨울날 뛰다 지칠 때 빈 무덤 사이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등이따뜻했는데,,,

 

검정고무신은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장난감이자 사금파리조각이 널려있는 자갈길을 다닐 수 있는 유일한 신발이었다

개울가에서피라미를 잡을 때면 훌륭한 낚시 도구로 사용되었고올챙이를 잡으면 담아놓는 어항 역할을 하기에도 전혀손색이 없었다.

무척이나질겨 날카로운 것에 찔리지 않는다면 몇 해를 신는다 해도닳지 않기에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알게 모르게 보탬이되었을 것이다.

한여름, 발등으로 시커멓게 물이 드는 것만 빼면다시 신고 싶은 그런 타이어표검정 고무신

 

대처에서온 아이들의 흰 운동화를 볼 때면 마냥 부러워 그 뒤를졸래졸래 쫓아다니던 기억, 저렇게 이쁜 하얀운동화를 어떻게  흙 길에 신고 다닐 까 쓸데없는 걱정도해가며, 올 추석에는 나에게도 저런 행운이 오지 않을까하는 턱도 없는 꿈도 꾸어보았다

하루하루추석이 다가오며 달이 둥그렇게 변해 가는 것만큼 나의 꿈도커져 가고 있었고 지난 장에 사다 놓으신 선물 꾸러미에 온신경이 쓰여 잠을 설치기 예사였다

 

순수하고꿈 많던 그 어린 시절,

이제는기억 속에 빛 바랜 수채화처럼 남아 있는 날들,

누워바라보던 보름달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이곳에 사는 지금,

그시절 그 꿈속에 있던 그 추석은 지금도 있는 것인지,

차라리추억 속에 간직 된 그 추석으로 남아 있는 것이 나은 것인지,

날마다배 불러오는 달을 바라보며 추석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과섞여 사는 휴스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