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여는 순간. 가을 편지라는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이 노래는 우리 귀에 익숙한 옛노래이지만
'레드레인'이란 이름을 가진 어느 젊은 여인이 맛있게 다시 불렀고
오래 알게 된 어느 님이 보내 준 선물이지요
시원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르지만
거실 문을 열어놓고 앉아 글을 적기에는 무릎이 차갑다는 느낌 드는 것 보면
이천육년의 가을도 깊어지고. 내 인생의 가을도 깊어가는가 봅니다
언제나 푸른 잎을 보여주는 휴스턴의 가을이지만
그래도 가을이 왔음을 느끼는 것은 이렇게 차가운 가을냄새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낙엽을 보기는 어려울지라도..
이곳에 글을 적은 것도 벌써 반십년을 넘어 이미 약속한 십년 세월의 목전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때까지 휴스턴에 머물게 될지 모르지만 약속을 이어나갔으면 합니다
아마 그 전에 이곳을 떠나게 된다면 다른 이름으로. 다른 곳에서
색깔 다른 삶의 이야기를 엮어 나갈지라도...
그 동안 이곳을 찾아주시고. 같이 느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대들의 사는 곳. 하시는 일. 이름. 나이. 모르는 것이 많지만
특별한 색깔도. 표현도 없이 조용히 함께 해 주신 님들에게 가을아침에 인사를 드립니다
그대들은 나의 오랜 벗이고. 그대들은 나의 오랜 인생 동반자이기에...
처음 컬럼을 통해 이곳을 열어 놓을때는 그렇게 많지않은 곳들이 있었지요
지금은 나 자신도 이곳을 찾기 어려울만큼 여러이들이 비슷한 곳을 열어놓았고
그렇게 세월은 흐르는 것이고. 각자의 색깔. 그릇만큼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볼 수 있는만큼. 만질 수 있는만큼. 느끼며 만족하며. 때로는 자위하면서...
가을은 내게 많은 생각을 주고. 많은 글을 적고싶은 마음을 갖다줍니다
이것은 내가 받은 많은 축복 가운데 귀한 한가지이겠지요
아침에 창가에 앉으면. 오후에 사람들을 만나면. 저녁에 길을 걸으면
내 마음에는 여러 글들이 여러 모양으로 다듬어지어 갑니다
그들중에는 아직 생각의 창고에 머무는 것들이 많지만
간간히 주고 싶은 이들에게 보내기도 합니다
그 생각을. 글을 이해하고 느낄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이들에게
각자의 시간표에 맞을만큼만. 그들의 그릇에 담을 수 있을만큼만
색깔과 모양. 크기를 재어가며 전해주려 합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각자의 시간표를 넘어서거나 앞서주면
그것의 귀함도. 가치도 깨닫지 못할 것이며
선물이 아닌. 또 하나의 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사랑하는 그대에게
이 가을 내게 주신 많은 축복을 나눌 수 있는 시간표 되어지기를 바랍니다
내가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그대 그릇의 넓이. 깊이. 높이. 길이를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그대의 그릇 가득히 담아줄 수 있는 축복이 내게도 있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내 것이 아닌. 내게 주신 선물이기에...
그래서.
나처럼 오랜 세월을 인생길 소풍길 되지 못하고 살아온.
그 날들이 그대에게 반복되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대가 인생가을 맞기 전에 귀한 가치를 깨닫는 소풍길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내게 이 선물을 주신 그 분의 뜻이기에...
이것이 이천육년 가을 내게 주신 귀한 가을 편지의 시작입니다
그대에게 나누어 주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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