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은혜 - Compassion

세월은 바람과 상관없이 빠르게 흐르고

세상은 소망을 등진 것처럼 변하고 있습니다

돈, 권력이 있으면 모든 것 할 수 있다는 이들

그것이 없는 많은 이들 건강이라도 챙기려 합니다

그것을 갖지 못한 이들

부러움 속에 시샘을 감추고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기회 주어지면

날개 펼친 듯 살아보려 숨겨진 꿈 갖고 있겠지요

당대에 이루지 못한 것

자녀들 통해 움켜 잡으려 방향을 돌렸을 것입니다

그렇게 인생의 시간은 흐르고

나이테 굵어지듯 강퍅함과 황폐함이 교차합니다

이런저런 취미와 모임 찾아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쌓아두려 자신만의 성[城] 만듭니다

어울려 있을 때는 감추고 잊혀진 듯싶은데

홀로 있는 시간, 깊은 고독과 슬픔으로 젖어듭니다

그것이 두려워 늦은 시간까지 눈은 TV를 떠나지 못하고

마음은 먼 바다를 향해 너울지고 있습니다

어울리지 않아도 빠져들 수 있는

휴대폰과 인터넷은 삶의 반려자보다 가깝습니다

차분히 음악을 들은 기억도

책을 읽은 것도 가물 합니다

지난 주일 들고 갔던 성경은

책상 한 켠 다소곳이 다음 주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젠가 은혜의 시간을 지났던 것 같은데

흐릿한 추억 속의 기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지요

이렇게 사는 것 아닌데 싶지만

이미 길들여진 일상의 흐름 바꿀 용기도, 힘도 없습니다

다들 그렇게 살지 않을까 하는 작은 변명 찾고

이만하면 되지 않는가 하는 위안 가져 봅니다

중세 시대 사제들은 특별한 환경과 조건에 있었습니다

일을 하지 않아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었지요

일반인은 읽을 수도, 가질 수도 없는 성경을 소유했지만

그들의 삶은 이중적인 고통 속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어진 환경, 조건, 입장을

버릴 이유도 힘도 없었지요

선배로부터, 스승으로부터 듣고 배운 데로

고행의 길을 걷는 것만이 주어짐에 대한 반응이라 생각했습니다

마틴 루터 역시 그들 중 한 사람이었고

그 역시 같은 조건, 환경 속에 갈등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그에게 긍휼 하신 은혜가 임하던 그 날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버릴 힘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 같지만

그는 모든 것을 얻었고, 받았고, 소유하는 길을 알았던 것이지요

그리고 500 년이 흐르는 동안

영적 혼란, 영적 부패, 영적 혼합 시대가 흐르고 있습니다

교회를 다니는 것이 부끄럽고

성경을 읽는 것 부담스러워합니다

바른 기도를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세대가

당연한 응답 없음에 마음이 떠나고 몸이 떠나고 있습니다

부모들 역시 복음의 체험 없기에

안타까움과 어쩔 수 없음으로 지켜볼 뿐이지요

이렇게 또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면

우리의 인생 말년에는 어떤 것 남을까요

무엇을 전달해주고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며

무엇을 기억하며 마지막 순간을 맞이해야 할까요

우리가 떠나고 나면 그들은 우리에 대한

어떤 기억과 어떤 유산을 갖고 살아갈까요

겨울이 지나고 나면 봄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보여주고, 남기고, 전달한 것만 소유하게 되겠지요

어느 날, 그들이 다시 우리 나이 되었을 때

그들의 자녀에게 또 무엇을 전달해야 할까요

그대가 평생 갖으려 몸부림했지만

결국 움켜잡지 못한 그것일까요

아니면...

"그러므로 나의 간절한 소원은,

로마에 있는 여러분에게도 복음을 전하는 일입니다

나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이 복음은 유대 사람을 비롯하여 그리스 사람에게 이르기까지,

모든 믿는 사람을 구원하는 하나님의 능력(power of God)입니다

하나님의 의가 복음 속에 나타납니다.

이 일은 오로지 믿음에 근거(from faith to faith)하여 일어납니다.

이것은 성경에 기록한 바

"의인은 믿음으로 살 것이다" 한 것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