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어린 시절 항아리는여러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가을이 오면 겨울 내내먹을 김장을 해서 땅을 파고 넣어 놓습니다.
총각김치, 배추김치,무채김치, 동치미, 백 김치 등 종류도 다양히 김장독 가득히담아 꾹꾹 눌러놓았습니다.
하얀 눈이 내리고 온땅이 얼어 붙은 겨울, 손 비벼가며 꺼내 먹던 그 김장김치의맛이란,
물이 귀하던 시절부엌에도 커다란 항아리가 있습니다.
우물에서, 개울에서물을 길어다 담아두고 부엌일을 할 때 사용합니다.
물이 귀한 시절이기에어머니는 정성스럽게 행주를 빨아 항아리 몸통을 닦았고,
새로 물을 길어와야할 때쯤이면, 항아리 내부까지 물을 끼얹어가며 닦는 것을자주 보았습니다.
아이들 키 보다 큰항아리인지라 구석구석 닦는 것이 쉽지 않기에 몇 번이나바가지에 물을 담아 퍼내며 닦으셨습니다.
부엌 한 켠 에는 조금작은 항아리가 놓여 있습니다.
그 당시 우리들의주식이었던 쌀이 담겨져 있습니다.
지금과 달리 쌀이무척이나 귀했기에, 보리 쌀 또는 다른 잡곡이 절반이상섞여 있는 쌀(?)항아리입니다.
가끔 학교가 끝나고돌아와 시장할 때 어머니 몰래 훔쳐 먹던 그 생쌀 맛도잊혀지지 않습니다.
세월은 너무 많이흘렀고, 이제 항아리는 이야기 속 상상의 물건으로남아있습니다.
그것보다 훨씬 좋은용기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릇으로 사용하기에아깝다 하는 마음이 들 정도의 예쁜 것들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은나름의 내용물들을 각자의 분량만큼, 색깔대로 담고있습니다.
'큰 것, 작은 것,네모난 것, 동그란 것, 빨간 색, 파란 색,,,,'
많은 이들과 대화를하면서 각자의 항아리가 있음을 보게 됩니다.
모양새도, 크기도다양하고 색깔마저 각각이지만, 공통된 점은 각자의 항아리만큼만 담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에게는부정적인 생각이,
다른 이는 욕심이,
어느 이는 야망이,
또 다른 이는 인생에대한 깊은 회의가,
그리고 그 항아리의크기와 무게에 따라 나름의 힘들고 어려운 짐을 지고 있음을보게 됩니다.
그래서 때로는 그항아리를 비우려는 행동도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비워질수도 없지만,,,
본격적인 여름으로접어드는 오월의 끄트머리에서,
나의 항아리는얼마큼의 크기를 갖고 있고, 그것에는 무엇이 담겨져 있는지가늠해봅니다.
"김치 담은항아리에서 김치 냄새 나는 것이 항아리의 문제가 아님을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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