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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가을 이야기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하지요

 

왜 그런 말이 시작되었는지 잘 모르지만 어느 부분 일리가 있다 생각되요

 

 

이곳의 가을은 낙엽이 무성한 것도 아니고. 단풍이 이쁜 것도 아닌데

 

가을이 밀려오는 것을 요즘 느끼고는 하네요

 

 

외로움이거나. 허전함. 고독함.. 그런 색깔의 것은 아니고

 

지금보다 조금 더 내려앉고. 가라앉고. 깊어지고 넓어지고 싶은. 그런 것

 

 

아마 지난 시절에 이런 감정의 변화가 있었으면 많이 힘들었겠다 하는 생각을 해요

 

그때는 순간 순간이 인생의 골이었고. 그것이 목적이고 방법이었기에 그랬을 것이지요

 

 

그러나 지금은 알고 있거든요

 

무엇인가 더 넓고. 깊은 평안으로. 감사로. 들어가는 시간표이란 것을

 

 

피하고. 숨고. 하는 그런 것이 아닌.

 

그 속으로 더 깊아. 더 오래 들어가고 있는 것을...

 

 

어젯밤에는 어느 가족을 만났어요

 

불의의 사고를 당해 어려움을 아직도 겪고 있는.

 

먹고 사는 것이 힘들지는 않지만 사랑하는 딸 아이의 육체에 어려움이 찾아 온.

 

 

작년에 만났었지요. 그 동안은 우편을 통해 제가 소식을 보내고 있었던

 

일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그 분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불편한 몸으로. 언제 나을지 모를 기약없는 육신을 갖고 아이는 커 가는데

 

 

사람의 생각이 참 무겁고. 단단하고. 무지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것은 그 누구의 충고나. 조언으로 고쳐질 수도 없고. 바꾸어질 수도 없는 그런 것이기에

 

 

언젠가 나누었지만. 사람의 생각이 모든 것을 결정지어 간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어요

 

나름의 옳고. 그름의 잣대를 가지고 세상을. 사람을. 인생을 저울질 하고 있음을

 

그것이 혹 변하지 않는. 반드시 맞는 기준이 된다면 좋겠지만

 

짧지 않은 인생길 살아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 알겠는데...

 

 

가을이 익어가고 있어요

 

마음도 많이 가라앉고 있네요

 

생각이 깊어진다는 것이 바른 표현이 되겠네요

 

 

언제나 변하는 잣대를 믿고 살아왔던 지난 오십여년의 세월을 생각해보네요

 

얼마나 많은 길을 돌아 왔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잊어버리고 흘려버렸는지를...

 

 

영원히 변하지 않는 기준을 갖고 이 가을을 바라보고 있네요

 

그리고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이곳의 많은. 좋은 이들을 생각하네요

 

다시오지 않는. 잃어버리기 쉬운 2.0.0.7 년 가을을 잘 챙기시기 바래요

 

내년 가을에 아프지 않기 위해서 ...

 

 

구월의 마지막 날에 휴스턴에서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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