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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년이란 시간..

겨울 비 내리는 날에

겨울비 내리는 날에

 

겨울 비 내리는 날에

 

 

유난히 올 겨울은 비가 자주 옵니다.

아열대 지방의 가을,겨울에는 비가 많이 오지만, 특히나 올 겨울은 추운 날도 많고 하루 걸러 비가 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기상이변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올 겨울은 비를 많이도 보게 됩니다.

아침 일찍, 일이 있어비오는 겨울 거리를 운전하며 갑니다.

길 양 옆으로 몇 십년은 족히 넘었을 아름드리 나무가빼곡히 들어선 길을 지나갑니다.

어린시절 동화에서 보았을 고풍스러운 집들이 군데군데자리하고 있습니다.

 

차창에 겨울 비가 묻어있다 제 힘을 못 견뎌 굴러떨어집니다.

하늘에서 내릴 때는 비의 모습이지만, 유리에 붙어 있을 때는 물방울의 모습으로 바뀌다 이내 땅으로 떨어지면 물이 되고 맙니다.

같은 비인데도 어디에 속해있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보여줍니다.

아마 우리네 사는 모습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년, 그리 멀지 않은날,

온 한국이 떠나갈 듯, 마치 21세기가 다 한국인의 손에 잡힌 듯, 여러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국민들의 마음을 잔뜩 부풀리던, 그 월드컵의 열풍,,,

일년도 되지 않은 지금,

전혀 상상 못했던(???)한 사람으로 인해 수 많은 생명이 가족들의, 사랑하는 이들의 곁을 떠나는 일이 벌어지고,

지금 한국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몸을 힘들게, 무겁게 누르고 있습니다.

 

우리네 사는 이 세상이 일도 많고, 탈도 많다 하지만,

일년이란 짧은 시간에 천국과 지옥을 같이 맛 보는현재 우리 사는 모습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길가의 나무들을 보며, 푸르스름한 가스등 곁을 지나가도,

내 머리 속에, 눈에오버랩 됩니다.

 

글을 적으며 자주 숨을 고르게 됩니다.

현실이 무엇이고, 사실이어떤 것인지, 어느 것이 서론이고, 어디부터 본론이며, 무엇이 결론인지를 조절해야만 할 때,

 

‘콩나물을 시루에 키우는 것을 본 적이있습니까’

오늘 아침 잠시 만났던 이에게 던졌던 질문이었습니다.

 

콩을 시루 위에 깔고 물을 붓습니다.

그러나 물은 시루에 머물지 않고 흘러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아무리 물을 부어도 계속 물은 고여있지 않고 새어나갑니다.

물이 다 새는 것 같은데, 어느 날 보면 콩나물은 자라고 있습니다.

만약, 그 일이 의미없어보이고,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물 붓기를 그만둘 때, 더 이상 콩나물은 자라지 못할 것이며, 혹 자란다 한 듯 이상하게되겠지요.

급히 서둘러 키우고 싶어 바닥에 촉진제 – 화학비료를 넣는다면…

 

그리고 오는 길에 잠시 한 이를 더 보고 왔습니다.

알게 된지는 꽤 됐지만, 아직도 겉 돌기를 하고 있지요.

그러나 시루 밑으로 물이 빠진다 하여도 물 붓기를계속해야 하겠지요.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올해가,

삼년이 다 되가네요.이곳에 글을 올린 것이,

많은 이들이 이곳을 스쳐 지나갔고, 앞으로도 그러겠지요.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다 느끼고 돌아서는 이도 있을것입니다.

우리 만남을 통해 특별한 것을 드리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콩나물이 자라듯이,

우리의 마음과 영혼이 깊어지고 넓어지겠지요.

그 어느 날, 우리만남 다하는 날까지…

 

겨울 비 내리는 휴스턴에서 님들의 모습을 떠 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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