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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년이란 시간..

좋은 이의 좋은 글..

◆ 첼로

첼로와 컴퓨터

◆첼로

성탄 선물로 받은 첼로 연주곡을 듣고있노라면 눈 내리는 모스크바의 밤거리가 생각나기도 하고 장작불이 작은 섬광을 내며 타오르는 벽난로 앞의 흔들의자에앉아, 순백의 실로 레이스를 뜨며 가만 가만 살아온 이야기를 속살거리는 귀부인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좀더 볼륨을 키우면 창문을 톡톡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창 너머로 바라보이는 사과나무의 흔들림...,
그 가지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기도 합니다.

첼로...,

소리도 소리려니와 그 매무새 또한 아름답기 이를 데 없습니다.
절묘하게 흐르는 몸체의 곡선은 절제의 미를 겸비한 여성의 아름다운 몸매를 떠오르게 합니다. 고고하게 내리 뻗은 4현은 제 각기의 소리를 담고 도도하게제자리를 지킵니다. 그런 첼로에 반해서 나는 요즈음 연주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타고난 음악적 재능도 없는 데다, 음악에 관한 한 끈질기게의자에 앉아 연습하는 지구력도 부족한 나는, 몇 주간을 그저 삐 뻬 삐 뻬 소음만 내고 있습니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어떤 이는 "첼로 안고있는 폼만 그럴싸하니 사진이나 한 장 찍고 그만 두시는 게 어떠실지" 익살스런 조언도합니다.

화가가 되고 싶었던 여고시절의 꿈이 가난이라는 현실 앞에서 좌절되어, 몇 날 며칠을 이불 속에서 흐느꼈던 아픈 기억과 레이스 깃을 단 하얀 브라우스에결 고운 비단치마를 입고 피아노 건반 위에서 하얗고 긴 손가락을 날렵하게 움직이던 유년시절의 내 친구를, 한없는 부러움으로 바라보았던 그 추억들에대한 보상심리가 아닌-, 그저 내가 좋아하는 찬송곡을 주님께 드리고 싶은 소박한 꿈으로 시작된 첼로연습이 중간에 좌절되지 않기를 내 자신에게 기대할뿐입니다.

삑삑 거리며 불협화음을 내기 일쑤인데다 툭하면 급한 전화 받느라 커버 벗겨진 채로 연습실에 첼로를 내팽겨 둔 채 며칠을 무심히 지내는 내게 지휘자님이말씀하십니다.
"먼저, 첼로를 사랑하세요."

◆ 컴퓨터

세대도 세대이지만 원래 섬세하고 내츄럴한 감성에 민감한 글쓰는 이들의 보편적 성향은, 인위적인 것이나 기계적인 것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지싶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쓰여지는 연필이나 푸른 선 그려진 흰색종이에 하늘 색 펜으로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는 특히나, 새로 산 전기제품의 보턴에 익숙해지기까지만만찮은 시간이 걸려야하는 자연인(?)입니다.

그래서 퍼스널 컴퓨터 열풍이 불던 수 년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컴퓨터는 그저 전시용쯤으로 밀려다니며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터입니다.

하지만 빠르게 돌아가는 인터넷 서핑의 이 시대에 발맞추어 원시인이란 딱지를 떼 내려고 요즈음은 애를 쓰고 있습니다.
아직도 똑딱이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시공을 초월하여 만남과 대화를 주선하고 재빠르게 정보를 제공하는 컴퓨터에 조금씩 흥미를 가지려던 그때,얼굴을 뒤로 숨기고 닉네임으로 적당히 위장한 사람들이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특정인을 겨냥하여 온갖 야비한 말로 골방에서 공격해대는참상을 알고부터 정들려던 마음이 흠칫 놀래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새 해에 새 일을 행하실 주님을 바라보며 내 능력 밖의 두 가지 일에 도전해 보는 것에 새로운 호기심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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