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계세요..
봄이 되면서 오는 신체의 변화 가운데 눈에 띄는 것 하나는
몇 줄 글을 적으려 의자에 앉으면 이내 졸음이 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창 밖을 바라보면 눈부신 초록색의 나뭇잎이
살랑거리고
여기저기 각양각색 옷을 입은 꽃들이 손짓하는 듯 하여 차분이 앉아있기 쉽지 않은데
졸음마저 그 분위기에 가세하니 요즘은 핑계거리가 하나 더
늘은 셈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글이란 매개체를 통하여 나눔을 갖는 좋은 이들이 있기에 엉덩이를
붙이고 다시 고쳐 앉아 봅니다
우리들은 의자를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내리기 위해 그것을 딛고 올라 서거나,
가벼운 몸 풀기 운동의 도구로 사용되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의자의 본래 목적은
엉덩이 밑에 위치하여 우리에게 휴식의 시간과,
의자에 앉아 나름의 일을 하는데 편히 사용되어지도록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그것이 의자를 처음 만든 사람의 생각이며,
의자를 구입하는 우리들의 이유일 것입니다
잠시 생각을 돌려 보겠습니다
만약 그대가 지금 의자를 머리 위로 들고 있다 상상해 보겠습니다
의자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격이 비싸고 기능이 다양한 것일 수록 그것이 주는 무게는 만만치
않을 것이며,
특별한 운동이나 고행의 목적이 아니라면 그대를 무척 힘들게 하는 자세일 것입니다
이렇듯 의자는 들고 서 있기 위해 만들어진 것보다는,
편하게 깔고 앉아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분명합니다
모든 것에는 만들어진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으며 그것을 원리라고 합니다
만약 그 원리를 반대로 해석하거나 잘 모른다면 여러 부분에서 불편함이 올
것이고
심지어는 건강과 경제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도 있으며,
급기야는 행복과는 정 반대되는 불행한 삶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그 원리를 알지 못하는 개인은 물론, 가정, 사회, 국가에도
혼란과 어려움이 계속 될 것입니다
저는 오랜 세월을 내 어깨에 인생이란 의자를 얹고 살아왔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메고 다니는 인생의 짐이란
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그것은 그 무게를 의식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 누구도 그 짐을 내려 놓는 길도,
방법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대는 어떠하신지요
이천 오년의 사월이 중반을 향해 내달리고 있습니다
살아온 날만큼 그대 어깨를, 머리를, 가슴을
짓 누르고 있는 인생의 짐에서 자유로우신지요
아직 그렇지 못하다면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날 사십 평생을 들고 있던 삶의 무게에서 자유로워진 나의 작은 글에..
그 어느 날 부터 삶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
다스리고 정복하는 축복의 시간을 누리고 있는 이의 말을..
그리고 그대도 사랑하는 그대의 가족에게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의자를 내려 놓는 길을…
그러기 위해서는 그대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그대의 짐을 먼저 내려 놓는 길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토네이도 지나 간 어느 봄 날에 휴스턴에서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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