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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을 넘기고...

4월의 편지 ..

LONG 글의 나머지 부분을 쓰시면 됩니다. ARTICLE

  '주님 안에서의 갈등의 의미를 묻는 그대에게'

어제는 비가 내렸습니다.
아직도 안타깝게 겨울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는 잔설은 여전한데 저녁부터 내린 봄비는 속 깊이 얼어붙은 대지의 써늘함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뎁히우듯 그렇게 내렸습니다. 아마도 환성을 터뜨리듯, 다가올 새봄의 향연을 준비하는 것이지 싶습니다.
꽃이 향기로 말하고 새가 날개침으로 말하듯이 땅은 씨앗을 터뜨림으로 존재 이유를 설명합니다.

봄이 아름다운 것은, 뿌려진 씨앗이 그 싹을 틔우며 메마른 가지에 물이 오르고, 꼬옥꼭 안으로 감싸 쥐었던 꽃망울에서 겨우내 숨겨져 있던 노란색, 분홍색, 하얀색 찬란한 빛깔들이 그 존재를 드러내면서 우리에게 던져주는 경이로움의 메시지 때문이 아닐는지요.
창 밖으로 내리는 봄비를 바라보며 오래 된 약속처럼 만났던 그대와의 처음 만남이 생각났습니다.
열심히 뭔가를 쫓아, 아니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잘하는 것이라고 판단되는 것을 향해 전투적으로 살아 온 끝에 폭풍 치는 언덕에 서있는 것처럼, 황량한 빈들에 서있는 것처럼 그렇게 홀로 도시 속의 광야에 버려졌다고 생각한다는 그대의 절규 섞인 고백 끝에, 쓸쓸한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했었지요.

"
이렇게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하루 온 종일 난 정물처럼 앉아서 지냅니다."

과거의 아픔을, 내일을 향한 소망으로 해석하지 못할 때 느껴오는 가슴 저린 비애감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익히 알고 있는 터인지라, 그대의 지난날을 상기해내며 저려오는 슬픔이 옳지 않음을 깨닫고 고개 젓던 바로 그 시간에 날아온 그대의 서신은, 마치 영으로 교감한 듯, 그렇게 그대의 마음이 갈등하고 있었습니다.
"
저는 지금 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주님의 사랑 안에 있음도 이제는 알 것 같고, 더욱이 하나님 살아 계심에 대한 믿음도 있는 듯 한데 난 여전히 생각으로 마음으로 범죄하고 낙심합니다.
그런 제 자신이 밉습니다. 하나님이 믿어지지 않았을 때는, 당연한 삶의 화두 들을 숙명으로 치부해 버린 채 내 삶의 한 귀퉁이에 던져 놓기도 하고, 때로는 제 자신의 의로움, 아니 올곧음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군요.
그 정의를 향한 올곧음 때문에 은근히 교만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그분의 은혜 없이는 그 어떤 진리도, 자유도, 그리고 꿈도, 그 꿈을 향해 지속해 나갈 만한 힘도 얻을 수 없음을 알았지만 퍼내어도 퍼내어도 고여오는 지난날의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아니, 있어서는 안 되는 상처'들이 저를 이 깊은 밤에도 괴롭힙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싫어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 덮어도, 내려앉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 마냥, 자꾸만 자꾸만 알 수 없는 슬픔이 생각 속에서 내 마음속으로 퍼부어 집니다. ........., 더욱 제 마음을 우울하게 하는 것은 하나님 떠난 생각과 나의 기준이 곧 죄라고 말씀하셨는데 아직도 제 자신의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의 에고(ego)가 주님을 대적하는 것 같아 더욱 슬퍼집니다. 도와주십시오...."
사랑하는 그대에게 얼른 결론부터 말하고 싶은 것은, 그대의 아픔을 속히 덜기 위한 나의 작은 몸부림임을 알아주십시오.

그대, 슬퍼하지 말 것은 하나님의 사랑 안에 거하는 자, 이미 하나님의 자녀 된 자는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감히 정죄 할 수 없으며, 그 누구도 감히 우리를 대적할 수 없고, 그 누구도 고소할 수도 없다고 사도 바울은 로마교회를 향해 말합니다.

당신의 아들을 아끼지 않고 그대를 위해 내어주신 분이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그대에게 선물로 거저 주셨기 때문입니다.(8:31-39)
바울은 덧붙입니다.

"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들도, 권세 자들도, 현재 일도, 장래 일도, 능력도, 높음도, 깊음도, 그밖에 어떤 피조물도, 우리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대의 갈등, 아직도 남아있는 그대의 옛 체질을 가지고 아무리 악한 세력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분명한 것은, 이미 그대의 싸움은 이겨놓고 싸우는 싸움이며, 그 갈등은 주님 안에서 가치 있는 갈등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그대가 갈등하는 핵심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바대로 생각하며 살고 싶으나 그렇게 안되기 때문에 갈등하는 것이 아니겠는지요. 이야말로 바로 가치 있는 갈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전 날, 막연한 욕구와 야망,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한 육신의 생각으로부터 온 그 갈등은 바로 죽음이었습니다. 육신에 속한 생각은 바로 하나님께 품는 적대감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는 육신의 생각은 연약한 육신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런 그대의 연약함을 하나님은 이미 아시고 연약한 육신으로 율법이 할 수 없었던 그것을 하나님께서 친히 하셨습니다.

그분이 예수 그리스도십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힘있게 말합니다.

"
그러므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사람들은 결코 정죄를 받지 않습니다."(8:1)

하나님의 존재와 그 사랑이 믿어진다고 하셨지요.
그렇다면 이제 그대의 생각을 바꾸어 확신 안에 거하십시오.
확신이 없을 때 사탄은 그대를 속입니다. 인간의 어떤 부패함도 하나님의 은혜의 출구를 막을 수 없습니다. 그분의 은혜로, 절대적 사랑으로 이 땅에 오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시며 창세 이래로 구약시대 선지자들을 통해 약속으로 확인된 메시아, 그분이 신약시대 동정녀 마리아의 몸에서 성령으로 잉태된 예수 그리스도 아니겠는지요.
그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하나님의 언약입니다. 하나님의 관심은 온통 이 언약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는 마태가 쓴 복음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정통 왕족인 다윗 왕의 가계 출신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사탄을 이긴 만 왕의 왕으로, 만유의 주인으로 오셨지만 그의 계보에는 네 명의 불의한 여인이 그 맥을 잇고 있습니다.

기생 라합과 모압 여인 룻, 그리고 시아버지를 유혹하여 동침한 다말, 그리고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한 남편 우리야를 버리고 다윗 왕의 첩이 되었던 밧세바, 세상적 기준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여자, 그 중 상상 밖의 일을 저지른 다말, 창녀로 변장하여 시아버지를 유혹한 그녀의 행위는 율법의 잣대로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다의 혈통을 통해 반드시 메시아가 나야 된다는 하나님의 계획과 그 언약을 굳게굳게 믿었던 다말은 일말의 갈등도 없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윤리보다는 믿음이, 율법보다는 언약이 귀중하였음을 다말은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용납하신 하나님의 저의는, 단순히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남녀귀천을 무시한 인격의 평등만을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이 기독교는 단순한 종교일 뿐 생명으로서의 힘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관심(Focus)은 하나님의 약속을 굳게 믿고, 사람과 환경에 의지 않는 다말의 절대적 확신에 머물렀던 것입니다.
이로써 그녀의 태에서 비롯된 계보를 통해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것입니다.

이야말로 세상에서, 그 어느 종교로도, 율법으로도 해석이 안 되는 명쾌한 복음의 승리가 아니겠는지요.

때때로 밀려오는 과거의 숨은 실패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상처들이 지금 그대를 괴롭힌다면 이야말로 그리스도 안에서 치유의 진행 사인(sign)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옷자락 밑으로 깊이 숨겨진 상처는 어느 날 무르고 덧나, 예측불허의 더 큰 상처를 만들어 내듯이 그대의 숨은 문제는 그대의 삶을 서서히 망가뜨립니다.

이제 그 문제가 바로 미래를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며, 동일한 아픔과 문제를 지닌 채 복음 없이 살아가는 영혼들을 살리기 위한 가치 있는 훈련이요, 갈등임을 확신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그때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이 그대의 마음과 생각에 불붙는 화살을 쏘아댈 수 없을 것입니다.
어느 날, 자다가 문득 일어나 지난 과거의 시간들 속에서 있어서는 안 될 기억들 때문에 대성통곡 하셨다구요. 괜찮습니다. 그 통곡이 미래의 어느 날, 동일한 아픔으로 통곡할 어떤 영혼에게 힘이 되고 소망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평안한 봄 맞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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