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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이어질 편지

이 가을엔 나무에게서 배워라

 

 

이 가을엔 나무에게서 배워라

 

 

나무는 절제함으로 겨울을 준비 한다


조락하는 낙엽들의 장렬한 군무는

생의 마지막을 축제로 마감하는 멋이 있다.
 


봄날엔 나비들이 춤추며 향기를 칭찬하고

여름엔 새들이 깃들여 잎새들을 어루만졌다.
 
 

겨울의 찬 바람이 행여 가지들을 흔들지라도

나무는 의연하다.
 
 


지난 날의 무성한 이야기일랑

아쉽지만 떨구어 내버려라

그 결단은 차라리 용기라 말함직 하다.

그러면 오직 열매만 남으리
 


간결하게 절제된 가지들 사이로

냉엄하게 찾아드는 겨울바람 싸안으면

바람은 오히려 장엄한 화음으로 음악을 만들고

음악은 나무줄기에 나이테를 그리는데
 
 


열매는 농익어 땅에 떨어져

또 하나의 나무를 잉태하리라.
 


나무가 좋으니 열매도 좋다하고

열매가 좋으니 나무도 좋다하라.

나무는 좋은데 열매가 실하지 않다하는가
 


이 가을에

나무에게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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