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h water

Dishwater

 

 

주방 문화가 많이 바뀐 현 세대에게 생소한 말 가운데 하나가 ‘설거지 통’일 것입니다.

다른 말로는 ‘자숫물 통’이라 하기도 했었지요. 어린 시절 지금과는 구조가 다른 - 푹 패이고 어두컴컴한 - 부엌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솥이 걸려있었고 그 곁에는 먹고 난그릇들을 닦아내는 항아리가 하나 있습니다.

 

일반적 항아리와는 다르게 넓이가 좀 있고 깊지는 않은데 그곳에는 물이 담겨져 있습니다.

식구들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면 엄마는 그곳에 그릇을 담아 조심스레 설거지를 하였지요.

그 당시의 그릇은 요즘과 같이 단단한 것이 아니고 조금만 부딪혀도 이내 모서리가 깨어지는 - 이빨이 나갔다 하지요 - 사기로 만든 것이었기에 신경이 많이 쓰였을 것입니다.

물이 귀한 그 시절 아침 설거지를 하고 나서 그 물을 버리지 않고 놔두었다가 다시 사용을 하는데기름기  음식이 없던 시절이기에 가능했을것입니다.

 

 

낮 시간 엄마는 밭으로 일을 나가시기에 비어있는 집에 돌아오면 군것질거리도 마땅치 않고 돈도 흔하지않았기에 시장기를 느끼며 부엌으로 가 보지만 먹을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괜스레 심통이 나면 아궁이에 타다 남은 재를 부지깽이로 뒤적거리기도 하고 솥뚜껑을 열었다 닫았다하기도 하며 혹시 어디 먹을 만한 것이 없나 뒤적이다 이내 설거지통을 갖고 장난을 합니다.

아침에 설거지를 하고 난 물을 그대로 두었지만 겉 모습은 방금 받아놓은 듯 맑아 보입니다. 

그러나 부지깽이를 들고 그 속을 한번 휘저으면 가라앉아 있던 온갖 것들이 물위로 떠오르게 되지요.

밥풀, 김치조각 등 아침상에 올라갔던 모든 반찬 찌꺼기가 막대기로휘젓는 순간 차분하고 고요해 보이던 물의 표면으로 떠오릅니다.

깨끗해 보였지만 바닥에 깔려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숨어 있던 것들이 올라온 것이지요.

 

 

우리 삶의 주변에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매일 보는 식구들, 직장 동료들, 사업상 만나게 되는 이들, 가끔스쳐 지나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마음을 주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고, 만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이들도있겠지요.

그들을 보면서 때로는 기쁨을 갖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서는 많은 실망을 받게 되기도 합니다.

마음을 주었던 사람으로부터 실망되는 모습을 보게 될 때 우리의 마음은 상하고 닫히게 됩니다.

또한 그런 모습이 내 안에서 발견되어질 때 받는 실망감은 더 클 것입니다.

 

그것들은 우리의 내면에 눈치채지 못하게 은밀히 자리하고 있다가 어떤 문제를  통해 누군가 그 부분을 - 상처라 표현되는- 건드릴 때, 나의 노력과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며 떠오르게 되어 그것을 보는 상대와 나를 실망시키게 되지요.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본래 가지고 있던 문제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상대에 대한 원망과 서운함도, 자신에 대한 자책감도 가지지 않게 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문제이지만 살아가면서 지식과 권위, 그리고그가 갖고 있던, 내가 가지고 있는 표면적인 것들로 잠시 포장 되 있던 것뿐입니다.

그러다 어떤 문제와 환경을 만나 그 찌꺼기가 다시 표면으로 떠올랐을 뿐이며 그것이 원래 우리의 - 나의 모습입니다.

 

 

눈에 보이는 표면적 문제가 없을 때 누구나 편안한, 행복한 삶을 살고있는 듯 착각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에 있는 찌꺼기들을 건드려 그것들이 떠오를 때 보여지는 - 반응하는 모습에서 나의 삶이 ‘참 평안’한지, 그렇지 못한지 알게 됩니다.

설혹 상대가 아무 눈치채지 못한다 할 지라도,,,

 

가을이 깊어 가고 있습니다

삶을 더 깊이 넓게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연습게임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 소풍 길입니다.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주지도 않고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안타까운 것은흘러 보낸 지난 세월이랍니다.

 

몸도 마음도 평안하시고 누리는 삶 되시기를..

연일 가을 비가 오는 휴스턴에서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