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열흘은 앞둔 읍내 오일 장에서
미리 사다 놓으신 하얀 운동화. 쫄쫄이 바지.
언제나 추석을 넘어서며 바로 이어지던 가을 운동회.
일년에 딱 두 번 목욕하는 추석 그 때 ..
설레임. 너무 더디가는 시간.
선반 위에 놓인 선물을 향한 눈길.
밤이 왜 이리도 길었는지 답답해 하던 날들.
옆 집 친구는 어떤 선물을 받았을까 궁금해 하던 마음.
여간해서는 냄새 맡는 것도 쉽지 않던 지짐내음.
연신 부엌을 오가시는 어머니의 분주한 모습.
가끔 귀퉁이라도 조금 맛 보라며 주시던 맛있는 것들 ..
이렇게 많은 기억들이. 추억들이 아련히 남아있는데
사 백 오십 만 가운데 3 만이 못 되는 휴스턴의 한국인들
어느 날이 추석인지. 그 날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는 곳에서.
100 년 만의 폭우로 추석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그곳 소식
무엇하나 다른 것 없어 보이는 인간들 사는 모습
분명 국민학교 선생님은 말씀하셨는데
앞으로 과학이 발전하고 의술이 개선되면
더 좋은 나라. 더 살기 좋은 세상 펼쳐진다 했는데
그 선생님은 거짓말 못하는 천사 같은 분 이었는데 ...
어느 곳에. 어느 만큼 더 지나면
선생님이 말씀하시던
좋은 나라. 좋은 세상이 펼쳐질 것인지
추석.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가을 햇살이 따가운
그런 날에.
추석의 추억조차
가물해지는
먼 곳.
휴스턴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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