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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년이란 시간..

봄 날

봄 날

 

봄 날

 

아는 이가 상추를 조그만,동그란 화분에 심어 문 앞에 놓아주었습니다.

워낙 그런 것에 무관심한삶이기에 아직 정성을 들이지 못하는데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 가는모습이 아침마다 반갑습니다.

올해 들어 바쁜 일이 많아, 별보기 운동을 하는 날이 많습니다.

새벽 별을 보고 나왔다가 자정이다 되어 들어가고는 합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나른한 봄날이어서인지, 

점심 먹고 난 오후 시간에는밀려오는 졸음이 만만치 않습니다.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잠깐씩오수를 즐기며, 지난 날 시골 중학교 다니던 때를생각해봅니다.

그 때도 점심 먹고 난,  5교시는졸음과의 전쟁이었습니다.

'졸면 죽는다'는 선생님의엄포와, 여지 없이 날아 오는 분필 토막이 두렵기도 하지만,

참으로 순진했던(?) 마음에,내려오는 눈꺼풀을 올리려 무척이나 애를 쓰기도했었습니다.

먹는 것이 풍족하지 못하던 그 시절에 보리밥이 들어가 배가 불러오니 졸음이 쏟아지는것은 당연했을 것이고,

이른 아침 십리가 넘는 길을걸어 다녔고, 날마다 쑥쑥 상추 자라듯이 하던 때이기에 더그랬는지도 모릅니다.

 

아주 가끔 생각해봅니다.

그때의 친구들은 어디서 무엇을하고 있을까,

내 마음을 설레게 하던 여자선생님은 얼마나 늙었을까,

꽃 편지 주고 받던 그 여학생도두툼한 허리 살을 가지고 있을까,

그렇게 넓게만 보이던 학교운동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더운 날 땀 흘리며 만들었던 학교뒤 '통일동산'은 지금도 있을까,

그들도 나처럼 귀 밑에 흰 서리가내려앉고 있을까,

그들도 이런 봄날에는 올라오는새 싹을 바라 보기도 할까,

그들도 가끔은 푸른 하늘을쳐다보며 지난 날을 생각할까,

그들에게도 일상의 눈에 보이는어려움과 상관없이, 마음에 참 평안이 가득할까,

그리고 그들도 인생 소풍 길이아름답게 날마다 이어지고 있을까,,,

 

지난날을 생각하는 것이 싫어지던때가 있었는데,

어떻게 변할지 모를 미래에 대해늘 두렵기만 했었는데,

그리고 살아야만하는 오늘이 스스로 밉던 날이 있었는데,

 

언젠가 그들을 만나게 되는 날,

내가 받은,

이 참 평안을 나누어줄 수 있기를바라며,

내가 바라보는,

이 아름다운 인생 소풍 길을 같이할 수 있기를 바라며,

봄이 활짝 피어난 휴스턴에서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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