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학년이 된 딸아이가 어느 날 새 바지를 사 오더니 - 자신의마음에 드는 것을 사야 한다며 친구와 갔다 왔으니 ‘사 왔다’
이제 막 사와서 상표도 떨어지지 않은 새 바지를 예술적으로 - 딸아이의말을 빌면 - 긁어내고, 찢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찢었다는 표현보다는 군데군데 구멍을 파 가며, 가능한 한 다리 속살이어떻게 예술적으로(?) 밖으로 드러나는가에 대해서 비장한 표정으로 해나갑니다.
한 번도 입어보지 않은 그 새 바지를 그렇게 찢어놓은 몇 시간의 작업이 끝난 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나에게 전혀 미안함도 안타까움도 없이 자신의 예술행위에 대해 만족해 하며 자랑합니다.
문득 예전에 친구들과 나누었던 농담이 생각납니다.
여름이 되어 아슬아슬한 옷을 입고 거리를 다니는 여인들의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는 친구를 보며
“만약 네 부인이 저렇게 하고 나선다면 어쩔래
이 친구 왈,
“그래, 거참! 이상한 논리다
다른 이가 벗고 나오면 보기 좋고, 내 가족이 그러면 마음에 들지않고 속상해 하는 그 마음의 기준은 어디일까요.
우리는 “사랑하고 보호한다는 포장된 마음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가족을, 자신이 갖고 있는 소유물의 일부정도로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이나 말을 대할 때 일단 자신이세워놓은 나름의 기준에 맞추어보고 그 기준에 들어 올 것을 강요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커 가고, 부인이 나이 들어가면서 나의 요구에 대해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반발을 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행동을 보여줄 때 서글픔을 가질 것입니다.
그리고 삶에 대해 회의를 하며 ‘
가을이 오고 세상이 변해가고 아이들이 멀어지며 나의 머리에는 서리가 더해지고 있겠지요
그러나 나는 오늘도 내 나름의 가치기준을 가지고 사물을 보고, 가족을보며, 자신의 삶을 저울질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속마음은 편하지 않은 날들 많아지며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 왔는지..
“내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 남았을지 모를, 나의삶에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모두 평안하시고 삶의 가치를, 이유를 발견하는 가을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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